옛날 옛적, 깊은 산골에 ‘이음’이라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각자 마음속에 ‘색동 주머니’를 하나씩 지니고 살았습니다. 이 주머니 안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색깔들이 담겨 있었죠.
마을의 가장 어린 아이 ‘하랑’이에게도 색동 주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하랑이는 너무나도 맑고 투명한 빛깔의 ‘호기심’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호기심은 마치 갓 태어난 새싹처럼 연둣빛을 띠고 있었죠.
“엄마, 제 색깔은 왜 이렇게 옅어요?” 하랑이가 물었습니다.
“하랑아, 네 색깔은 이제 막 시작되는 거야. 네가 앞으로 만나는 모든 경험들이 이 색깔에 새로운 빛깔을 더해줄 거란다.”
하랑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는 연둣빛 호기심을 꺼내 들고 마을 밖으로 나섰습니다. 숲을 걷다가 만난 붉은 열매를 보고는 ‘용기’라는 선명한 붉은색을, 맑은 시냇물 소리를 듣고는 ‘고요함’이라는 차분한 푸른색을 색동 주머니에 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하랑이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의 색동 주머니는 형형색색의 빛깔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때로는 짙은 먹구름 같은 ‘슬픔’의 색이, 때로는 찬란한 태양 빛 같은 ‘기쁨’의 색이 그의 삶을 채웠습니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우리 삶이란,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마음속 색동 주머니에서 꺼낸 색깔들로 순간순간 그려나가는 하나의 거대한 풍경이라는 것을요. 때로는 옅은 물감 자국 같던 경험들이 모여 깊이 있는 색조가 되고, 예상치 못한 색깔들이 만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보이지 않는 붓을 들고 삶이라는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립니다. 때로는 서툴러 삐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덧칠을 하느라 번지기도 하지만,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우리만의 고유한 예술이 되는 것입니다. 멈춰선 물이 아닌,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우리의 경험들은 삶의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채워갑니다.
행복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