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동굴 속, 한 조각가가 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흙으로 빚은 조각칼이 있었지만, 그는 그것으로 아무것도 깎아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동굴의 벽 앞에 멍하니 서서 허공을 가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동굴 입구에서 희미한 빛줄기가 흘러들어 그의 얼굴을 비췄습니다.
“무엇을 그리고 계신가요?” 동굴 밖에서 지나가던 나그네가 물었습니다.
조각가는 빙긋 웃으며 답했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붓으로, 당신의 마음속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 ‘아무것도 없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캔버스입니다. 거기에 당신의 생각, 당신의 감정, 당신의 꿈이 붓질이 되어 새겨지는 것이지요.”
우리는 모두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붓을 손에 쥔 화가입니다. 저마다 다른 색깔의 물감을 가지고, 자신만의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때로는 짙은 먹으로 고뇌를 표현하고, 때로는 밝은 색으로 환희를 담아냅니다.
그림의 완성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자신만이 그 그림의 주인이며, 그 과정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찰나의 순간들,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조각들은 모두 붓질이 되어 삶이라는 거대한 작품을 완성해 갑니다. 때로는 서툴고 어설픈 붓질일지라도, 그것은 오롯이 ‘나’라는 존재의 흔적이 됩니다.
자신의 붓을 믿으세요. 어떤 풍경을 그리든, 그 그림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예술 작품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당신의 보이지 않는 붓으로 마음껏 캔버스를 채워나가십시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을 완성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 앙리 마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