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오래된 숯가마터가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땔감이 되어 숯을 만들어내던 그곳은 이제 잊혀진 듯 고요했습니다.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젊은이가 숯가마터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검고 부서지기 쉬운 숯 조각 같았지만, 만져보니 놀랍게도 차가운 물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이게 대체 무엇이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노인이 그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눈 녹은 숯’이라 불리는 것이라네.”
“눈 녹은 숯이라니요? 숯은 타버린 흔적 아닌가요?”
노인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설명했습니다.
“숯은 불꽃 속에서 자신을 태워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네. 하지만 이 ‘눈 녹은 숯’은 맹렬한 불길 속에서도 완전히 재가 되지 않고, 차가운 눈과 만나 물기를 머금은 채로 자신의 본질을 간직한 것이지.”
그는 덧붙였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은 검은 덩어리 같아 보이지만, 타는 불꽃 속에서도 자신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차가운 눈의 침묵 속에서도 생명을 품을 준비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존재의 깊이라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격렬한 시련 속에서 모든 것을 불태우는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불길 속에서도 자신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차가운 좌절감에 잠겨 있을 때조차도 희망의 물기를 머금고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싹을 틔울 준비가 된 ‘눈 녹은 숯’과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본질을 지키고, 외부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순간적인 결과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과 가치를 지니는 일입니다.
우리의 삶 역시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빚어지는 거대한 조각품과 같습니다.
격정적인 불꽃과 차가운 침묵, 그 모든 경험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본질을 간직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만의 깊이 있는 울림을 세상에 새길 수 있습니다.
가장 어두운 밤이 가장 밝은 별을 낳는다 –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