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찜찜한 기운이 남는다. 한때 반도체 강국이라고 불리던 곳이, 단순히 기술 경쟁에서 밀린 것만으로 보기에는 설명이 잘 안 되는 면이 있다. 들려오는 말들을 종합하면 핵심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서 반도체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기술 수준 얘기도 흥미롭다. 생산 기술이 40나노에서 멈춰 있는 느낌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정부는 TSMC 유치 같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기술적 한계와 외부 비판에 부딪혔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반면 소재·부품·장비 쪽에서는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가 남아 있다. 다만 그 분야의 부가가치가 완제품 반도체에 비하면 낮다는 점 때문에, 강점이 그대로 전체 산업의 활력으로 연결되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런 흐름은 한국 시장에도 여러 굴절을 남길 수밖에 없다. 엔화 약세는 환율 측면에서 수출입 구조에 영향을 주고, 일본 내 수요 축소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는 기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시에 일본 경제 침체가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에 미묘한 압력을 줄 수 있다는 불안도 있으니, 한쪽으로는 경쟁 우위가 생기고 다른 한쪽으로는 외부 충격에 대한 노출이 커지는 양면성이다. 고용 측면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적게 생기고, 기존 일자리의 구조조정도 더딜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세대 구조와 사회문화적 요인도 영향이 크다. 개인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문화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다는 얘기는 단순한 기술 채택의 문제를 넘는다. 소비자 행동과 제도, 기업의 혁신 의지까지 얽히면 디지털화 속도는 더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디지털화 지체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 충격을 넘어 장기적 정체로 이어질 가능성(어떤 얘기는 40년이라는 숫자까지 언급한다)은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결국 소재·부품·장비 쪽의 경쟁력은 한국 기업들에겐 기회일 수 있지만, 동시에 공급망 의존이나 일본 경제의 부진이 주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의 기술 수준이나 기업 유치 노력만 보는 것보다, 소비문화와 제도,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산업의 방향성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더 관심이 간다. 어떻게 변할지, 그 변화의 속도는 어느 쪽으로 기울지, 개인적으로는 계속 눈여겨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