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이슈를 보면서, 한국 경제에 ‘엔추파도스’라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느꼈다. 여기서 말하는 엔추파도스는 가짜 야당 같은 정치적 역할극을 뜻한다는 점을 전제로 삼는다.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가 외부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거나, 국민이 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때 이런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합의의 불투명성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속기록이 남지 않거나 상세한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 어떤 항목이 왜 포함됐는지 알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여야 합의로 2025년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그 과정의 투명성 문제와 관련해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이 절차를 보지 못하면 신뢰가 떨어지고, 그 결과 정책의 정당성도 약화된다.
포퓰리즘의 위험성도 빼놓을 수 없다. 단기적 인기나 표심을 겨냥한 지출 확대는 재정적자를 키울 우려가 크다. 현재 제시된 수치 중 하나인 728조원과 같은 큰 규모의 재정은 구조적 고령화와 저출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무분별한 지출 확대는 세대 간 부담을 키우고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의 행동을 보면 모순적인 면도 눈에 띈다. 한편에서는 특정 예산안을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던 정치세력이, 정작 여야 합의에서 같은 예산을 통과시키는 장면이 있었다. 예컨대 여야 합의로 가결된 표 수가 248표였고, 일부 사업에는 1,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포함됐다. 이런 흐름은 정책 논쟁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시장에서의 파급 경로도 생각해볼 만하다. 정치적 불안정성은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합의의 불투명성과 포퓰리즘적 재정정책이 부각되면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흐름과 심리 변화에 따라 원화가 약세로 반응할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와 기업의 외화부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주식시장 쪽에서는 혼재된 신호가 나오기 쉽다. 정치적 합의가 발표되면 단기적으로는 관련 정책 수혜를 받는 업종 중심으로 코스피가 오를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재정 불안과 경기 둔화 우려가 기업 실적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어, 일시적 랠리 이후 조정이 나타날 여지도 크다. 특히 특정 산업이 단기 혜택을 받더라도 전체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면 투자매력은 약해진다.
그러나 가능성은 완전히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정치권의 논쟁과 시민사회의 관심 증가는 정책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예산 심의나 연금 개혁 같은 이슈에서 공개성과 설명 책임이 강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관찰해야 할 지점으로는 2026년 예산안 통과 과정의 투명성, 연금 개혁안의 후속 조치, 그리고 실업률 변화 추세 등을 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정치적 합의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의 정치적 관심도 변화를 주의깊게 지켜볼 생각이다. 정치권의 밀실 합의가 반복되면 신뢰의 손상이 누적되고, 이는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귀결될 수 있다. 반대로 지금의 논란이 제도적 보완으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짧게 정리하자면, 엔추파도스 리스크는 정치적 합의의 형태와 내용, 그리고 그 과정의 공개성에 따라 시장과 재정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분간은 관련된 예산·연금 사안의 후속 절차와 정치권의 설명 책임 이행 여부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