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소 터빈, 일본의 150조는 어디로?

최근 수소 터빈 기술을 둘러싼 상황을 정리해보다 보니, 일본의 대규모 투자와 한국의 기술 개발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점이 눈에 띈다. 일본은 수소 운반과 공급망 구축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고, 그 규모가 약 150조원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 쪽에서는 기존 발전소를 재활용하는 ‘레트로핏’ 전략으로 비용을 낮추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레트로핏 전략의 핵심은 기존의 발전설비를 통째로 바꾸지 않고 엔진만 교체해 수소 기반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설비 전환에 드는 초기 투자와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기존 전력망과 연계해 운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결국 비용 절감과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접근이다.

일본 쪽은 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송·저장하는 인프라 확충에 집중했다. 수소 운반선과 공급망 구축에 주력한 덕분에 물류 측면에서는 장점이 생겼지만, 연소 기술 면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소 기술의 성패는 터빈 효율과 안정적 가동 여부를 좌우하므로, 이 부분에서의 미완은 전체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

한국의 모멘텀은 기술 상용화 시점에 가깝다는 점이다. 2023년 4월 혼소(혼합 연료) 발전 성공에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수소 100% 전소 발전에 성공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런 성과는 기술적 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존 발전소를 어떻게 전환할지를 결정하는 실험적 성과로서 의미가 있다. 이후 상용화 로드맵도 구체화되고 있어 향후 시장 파급력이 주목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7년 예정된 두산의 380MW급 수소 터빈 상용화다. 이 같은 대형 터빈이 실제 상용 단계에 들어서면 전력 공급 측면에서 연속 가동과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등 24시간 전력이 필요한 수요처에 대한 대안으로서 수소 터빈의 역할이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채널을 통해 파급이 예상된다.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 환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관련 기업의 상용화 성공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더 넓게는 에너지 산업 전반과 연관 기술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 개발 비용과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고, 글로벌 수요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7년 두산의 상용화 진행 상황, 한국 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 변화,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수요처의 전력 수요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흐름이 기존 설비를 활용해 빠르게 전환하는 쪽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반을 닦는 쪽의 전략 차이로 보인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는 시간과 시장의 반응에 달려 있지만, 적어도 기술 상용화의 속도는 향후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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