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의 촛불, 흔들리지 않는 진실

아주 먼 옛날, 높고 웅장한 성채에는 왕이 살았고, 성벽 너머 드넓은 들판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오두막에서 살아갔습니다. 왕은 늘 백성들의 삶을 살피겠다 약속했지만, 때로는 그의 곁을 맴도는 간신들의 달콤한 말에 귀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해, 가뭄이 길게 이어져 백성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습니다. 왕은 백성들을 돕기 위해 곡식을 내놓으라 명했지만, 그의 충실한 신하 중 한 명인 높은 벼슬을 가진 귀족이 곡식을 내놓기를 망설였습니다. 그는 왕에게 아뢰길, ‘폐하, 저의 재산은 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옵니다. 이를 함부로 내놓는 것은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왕은 잠시 고민했습니다. 귀족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백성들의 굶주림은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왕의 곁에 앉아 있던 현명한 재상이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폐하, 법은 모든 백성을 위한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거나,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더 가혹하게 다스리는 것이 법의 역할은 아닐 것입니다.’

왕은 재상의 말을 듣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귀족에게 명했습니다. ‘그대의 재산은 그대의 것이지만, 이 땅에 사는 모든 백성은 나의 책임이다. 법은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으며, 낮은 사람이라고 해서 차별하지도 않는다. 그대의 재산 일부를 내놓아 굶주린 백성들을 돕도록 하라.’

귀족은 왕의 단호한 결정 앞에서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왕의 명을 따랐습니다. 그 후로 왕국에는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믿음이 퍼져나갔고, 백성들은 더욱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법은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이 오래된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종종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성공과 돈에 대한 조급함에 휩싸여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곤 합니다. 때로는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에 번아웃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왕과 귀족, 그리고 백성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법, 즉 마땅히 지켜져야 할 원칙과 정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높은 지위나 재력, 혹은 권력이 있다고 해서 법의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반대로 낮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때로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릴지라도, 공정함과 정의라는 진실의 불꽃은 꺼지지 않습니다. 그 불꽃을 바라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단단한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 역시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 진실 위에서 굳건히 서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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