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례들을 보면 한국의 원전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몇 나라에 한정된 원전 사업 환경 속에서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수주 경험을 통해 실제 현장 운영과 시공 능력을 축적했다. 2000년대 초반 UAE 원전 수주 당시 사업 규모가 8조원에서 20조원 안팎에 이르렀다는 점은, 단일 프로젝트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원전은 공급 측면에서 대량 생산 전략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체에너지로는 단기간에 충족하기 어려운 기초 전력 수요를 꾸준히 뒷받침하는 전원으로서의 위상이 있고, 이 때문에 원전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독일과 일본이 원전 축소·중단 쪽으로 정책을 바꾸는 동안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은 여전히 원전 사업을 유지하거나 추진하고 있어 경쟁 구도가 단순한 다자 경쟁이 아니라 각국의 정책 기조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양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위치가 눈에 띈다. 회사는 원전 해체 기술과 기자재 생산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전 세계에서 약 400기의 원전이 운용 중이라는 사실은 해체·정비·부품 공급 등 시장 수요의 규모를 가늠하게 한다. 아울러 두산계열이 가스터빈을 생산하는 글로벌 순위에서 네 번째라는 점은, 원전뿐 아니라 발전 산업 전반의 공급망에서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금융 측면에서도 원전 수출과 관련 산업의 발전은 몇 가지 채널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환율 면에서는 원전 수출로 인한 외화 유입이 긍정적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대형 프로젝트의 계약금·수주금 유입은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측면에서는 원전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이나 기대감이 해당 종목군의 주가를 끌어올려 지수에 상방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적 파급도 간과할 수 없다. 원전 산업이 성장하면 관련 기자재·건설·정비 산업도 동반 성장할 여지가 크다. 특히 원전 해체 기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된다. 더불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의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는 안정적이고 대규모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원전의 필요성을 재조명하게 만든다.
물론 불확실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글로벌 원전 정책의 변화는 수요 자체를 흔들 수 있고, 기술 경쟁에서의 뒤처짐이 발생하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SMR(소형 모듈 원전) 기술 개발 동향, 원전 해체 시장의 성장 정도, 전력 수요 변화에 따른 원전 수요 분석, 그리고 한국 원전 기업들의 해외 진출 현황과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수주·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과 연결된 사건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기업들이 갖춘 기술적 강점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실적으로 연결되는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정책과 시장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에 따라 기회가 확대될 수도, 축소될 수도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