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 선 갈대, 그 덧없는 용기

옛날 옛적, 드넓은 평원에 거센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왔습니다. 그 바람 앞에는 두 존재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땅속 깊이 뿌리내린 떡갈나무였고, 다른 하나는 앙상한 줄기의 이름 없는 갈대였습니다.

떡갈나무는 태풍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굵은 줄기는 바람에 맞서 굳건히 서 있었고, 넓은 잎은 바람의 힘을 온전히 받아내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사람들은 떡갈나무를 보며 강함과 불굴의 의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저 나무처럼 단단해야지.’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지.’

하지만 바람이 잦아들면, 갈대는 다시금 부드럽게 고개를 들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올 때면 갈대는 마치 춤을 추듯 몸을 맡겼습니다. 꺾일 듯 휘어지면서도, 바람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하늘을 향해 섰습니다. 갈대는 떡갈나무처럼 굳건하지 않았고, 바람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 보였습니다. 때로는 땅에 닿을 듯 낮게 엎드리기도 했으며, 뿌리가 뽑혀 날아갈까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바람이 가장 거세게 몰아치던 날, 떡갈나무는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를 내며 땅에 쓰러졌습니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거대한 몸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갈대는 그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지만, 이내 바람에 몸을 맡기며 휩쓸리지 않고 유연하게 흔들렸습니다. 바람이 잦아들자, 갈대는 또다시 맑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현명한 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말했습니다.

**파스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떡갈나무처럼 거대하고 굳건한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바람 앞의 갈대처럼 연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존재입니다. 직장 상사와의 날카로운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고, 투자 실패 소식에 밤잠을 설치며, SNS 속 타인의 빛나는 삶과 비교하며 초라함을 느낍니다. 성공과 돈에 대한 조급함은 우리를 번아웃으로 내몰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끊임없이 우리를 흔듭니다. 떡갈나무의 굳건함만을 갈망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면, 결국 거센 바람에 꺾여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갈대가 바람에 몸을 맡기듯,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지녔습니다. 때로는 흔들리고 넘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갈대가 보여줄 수 있는, 덧없지만 가장 용감한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우리 안의 갈대를 부디 꺾지 말고, 바람에 춤추듯 지혜롭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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