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안개를 걷는 두 거북이

아주 먼 옛날, 깊고 푸른 숲 가장자리에 두 마리의 거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찰나’라 불렸고, 다른 하나는 ‘영겁’이라 불렸습니다. 찰나는 언제나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눈앞에 떨어진 도토리 하나를 발견하면, 그것을 씹어 삼키는 동안에도 주변에 더 많은 도토리가 떨어질까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그는 매일매일 눈앞의 작은 변화에 온 신경을 쏟았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햇살이 조금 더 따뜻하구나’, ‘저 나뭇잎 색깔이 하루 사이에 변했어’ 라며 감탄하거나 때로는 걱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은 껍데기 위에서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반면에 영겁은 느리고 고요했습니다. 그는 찰나가 눈앞의 작은 변화에 분주할 때에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갔습니다. 그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며,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는 것을 보았습니다. 찰나가 며칠 만에 풀잎이 자라난 것을 신기해할 때, 영겁은 이미 그 풀잎이 잎을 떨구고 다시 싹을 틔우는 과정을 몇 번이나 보았는지도 모릅니다. 찰나가 ‘저 개울물이 말라버리면 어쩌지!’ 라며 발을 동동 구를 때, 영겁은 비가 와서 개울물이 다시 불어나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찰나가 바싹 말라가는 개울가를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러다 이 숲이 다 말라버리는 건 아닐까? 당장 내일이라도 굶어 죽을지도 몰라!’ 라며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때 영겁이 천천히 다가와 말했습니다. ‘찰나야,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저 개울물은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일 뿐, 곧 시원한 비가 내려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란다. 너는 매일 변하는 풀잎의 색깔에만 집중하느라, 저 나무가 몇 해 동안 묵묵히 뿌리를 내려 얼마나 튼튼해졌는지 보지 못하는구나.’

찰나는 영겁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눈앞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며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는 매일 돋아나는 풀잎의 개수를 세고 있었지만, 영겁은 풀잎이 자라나는 그 땅이 얼마나 비옥해졌는지를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빌 게이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2년 뒤에 일어날 변화는 과대평가하고, 10년 뒤 변화는 과소평가한다.’** 찰나의 모습은 바로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 달에 있을 승진, 다음 분기에 나올 신제품, 혹은 내일의 주가 변동에 온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눈앞의 작은 성공이나 실패에 환호하거나 좌절하며, 마치 세상이 그 순간에 멈춰버릴 것처럼 행동합니다. 직장 상사와의 사소한 오해로 밤새 뒤척이고, SNS 속 타인의 빛나는 성공에 질투를 느끼며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도 합니다. 번아웃이 오기 전까지는 멈추지 못하고, 잠시의 휴식도 죄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겁의 지혜는 말해줍니다. 당장 내일의 변화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우리는 2년 뒤의 기술 발전이나 경제 상황 변화를 과장되게 상상하며 불안해하지만, 정작 10년 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혹은 우리 자신이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0년 뒤, 20년 뒤를 내다보는 꾸준한 노력과 묵묵한 기다림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찰나의 조급함에서 벗어나 영겁의 지혜를 빌려, 긴 호흡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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