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코인으로 결제하겠다는 소식은 단순한 결제 방식의 변화 이상으로 다가왔다. 국가 간 힘의 균형과 금융 결제 체계가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움직임을,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해 온 경제적·안보적 전략과 함께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를 중심에 둔 경제정책을 꾸준히 밀어왔다. 핵심 산업을 지키는 것이 안보의 일부라고 보고, 관세 등 무역수단을 안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런 틀에서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외교·군사 전략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게 된다.
AI 같은 핵심 산업의 발전은 이 같은 안보 지향 정책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노동의 질적 변화와 구조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경제적 안보를 보다 견고하게 만든다. 그래서 AI에 대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는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란과의 갈등은 갑작스럽게 시작된 사건이 아니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은 오랜 기간 축적돼 왔고, 전쟁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은 준비된 맥락 속에서 발생했다. 그런 의미에서 호르무즈 통행료 결제 방식의 변화는 외교·군사적 긴장과 분리해 보기 어렵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자원을 통한 제조국 전환을 지향한다는 관점도 연결 지어볼 만하다. 달러 약세를 통해 자원과 제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은 통화와 무역, 산업정책이 결합된 형태다. 이런 전략 환경에서는 결제 통로와 화폐의 지위가 국제패권의 중요한 요소로 남는다.
스테이블 코인과 AI 플랫폼의 결합이 금융 패권에 미칠 파장도 주목할 만하다. 스테이블 코인이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달러 사용 패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여기에 데이터와 AI가 결합되면 결제·금융 인프라의 주도권이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의 코인 결제 시도는 그런 변화의 한 단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국 시장 입장에서는 몇 가지 채널을 통해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환율 측면에서는 미국의 달러 정책 변화가 원화 환율에 파급될 수 있고, 코스피와 한국 기업의 해외 활동은 안보 중심의 경제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또한 AI와 관련 기술산업의 확장은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리스크도 명확하다. 이란과의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는 단기적으로 금융·상품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고, 달러 가치 변화는 수출·금융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트럼프 계열의 경제정책 변화, 이란 상황 전개, AI 및 스테이블 코인 시장 반응, 그리고 한국의 외환정책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