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초원을 걷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풀잎들을 눕히고, 먼지를 일으켰다.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잠시 동안 풀들이 눕혀진 모양의 흔적이 남았다. 하지만 곧 다시 바람이 불어와 그 흔적마저도 희미하게 만들었다.
그때, 키 큰 나무 한 그루가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나무는 수많은 바람을 견뎌냈지만,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흩어진 씨앗들이 새로운 생명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바람은 모든 것을 휩쓸어갈 뿐이야.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바람 소리에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흩어진 씨앗들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바람은 모든 것을 흩뜨리지만, 그 흩어진 것들 속에서 새로운 시작이 움튼다는 것을.
때로는 삶의 거센 바람 앞에서 우리가 쌓아 올린 것들이 무너지는 듯 느껴질 때가 있다. 익숙했던 길을 잃고 방황하는 듯한 막막함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흩뿌려진 경험의 씨앗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그 씨앗들을 품고 다시 일어나,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숲을 이룰 수 있다.
우리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바람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서, 우리를 이끌어줄 진정한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넘어져도 괜찮다. 흩어진 조각들 속에서 오히려 더 단단한 나를 발견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삶의 여정은 바람이 빚은 흔적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변화 속에서 잃어버린 듯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미래를 위한 씨앗임을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위대한 업적은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내로 이루어진다 – 사무엘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