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깊고 울창한 숲 속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굳건하고 푸른 잎을 자랑하는 ‘강건한 참나무’였고, 다른 하나는 연약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부들레아’였습니다. 숲의 주인인 곰은 늘 강건한 참나무의 그늘 아래서 낮잠을 즐겼고, 다람쥐와 새들은 그 가지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부들레아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비바람이 불 때마다 위태로운 몸을 맡겼습니다.
어느 날, 숲에 흉악한 ‘잿빛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잿빛 늑대는 숲의 평화를 위협했고, 약한 존재들을 괴롭혔습니다. 처음에는 숲의 동물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저 늑대를 쫓아내야 해!’, ‘이대로는 안 돼!’ 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습니다. 곰은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을 두려워했고, 다람쥐와 새들은 늑대의 기세를 보고 겁을 먹었습니다.
부들레아는 잿빛 늑대가 다가올 때마다 몸서리쳤습니다. 늑대의 발톱이 자신의 여린 줄기를 스칠 때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부들레아는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잿빛 늑대는 부들레아를 짓밟고 지나갔고, 그 주변의 작은 풀꽃들은 모두 꺾여버렸습니다. 늑대는 점점 더 대담해져서, 이제는 곰이 낮잠 자는 참나무 근처까지 위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참나무는 묵묵히 서 있었습니다. 숲의 가장 든든한 존재였지만, 늑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도, 약한 동물들을 보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늑대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늑대는 참나무의 침묵을 보며 더욱 기세를 올렸습니다. 늑대는 숲의 약한 존재들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숲의 질서 자체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숲의 동물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잿빛 늑대는 숲의 왕이라도 된 듯 거들먹거렸습니다.
결국, 잿빛 늑대는 숲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약한 존재들은 숨죽여 살아야 했고, 숲은 이전의 활기를 잃었습니다. 부들레아는 늑대의 발길질에 더욱 상처 입었지만, 홀로 고통을 감내할 뿐이었습니다. 굳건했던 참나무도 늑대의 기세에 눌려, 더 이상 숲의 든든한 그늘이 되지 못했습니다. 숲은 잿빛 늑대의 그림자 아래 무기력하게 놓였습니다.
이처럼, **에드먼드 버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악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숲과 다르지 않습니다.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 앞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고 침묵할 때, 성공과 돈에 대한 조급함에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때,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번아웃 속에서 ‘어차피 세상은 원래 그래’라며 무력감을 느낄 때, 우리는 잿빛 늑대에게 우리의 소중한 숲을 내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 ‘나 하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부들레아가 잿빛 늑대의 발길질에 상처 입었듯, 침묵하는 선함은 고통받지만, 잿빛 늑대가 숲을 장악하듯, 행동하지 않는 선함은 결국 악의 승리를 허용하고 맙니다. 우리 안의 강건한 참나무가 잠에서 깨어나, 잿빛 늑대에 맞서 숲의 질서를 지킬 때, 비로소 숲은 다시 푸르게 살아 숨 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