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경제를 관찰하면 늘 아이러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지정학적 긴장은 계속되는데도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넘고, 최근까지 연평균 4%대의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는 점이 그 하나다. 이 간극이 어떻게 가능한지, 여러 구조적 요인들이 맞물려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가장 눈에 띄는 축은 하이테크 산업의 존재감이다. 하이테크 부문이 국가 GDP의 약 20%를 차지하고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업 구조 자체가 첨단 기술과 고부가가치 수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체질을 갖추게 된 셈이다.
정부의 투자·지원 방식도 독특하다. 정부는 벤처 투자에서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를 통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한편, 성공 시 민간 투자자에게 수익의 상당 부분을 돌려주는 권리를 인정해 왔다. 이런 비대칭적 구조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며, 민간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다른 축은 군대다. 군대에서의 훈련과 경험이 곧 민간 하이테크 창업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존재한다. 기술적·조직적 문제 해결 능력을 쌓은 인력들이 제대 후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창업 생태계의 인적 자본이 지속적으로 보강된다. 이 연결고리는 단순한 인력 공급을 넘어 문화적·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창업 성공 확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화적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실패에 대한 관용이 비교적 넓게 자리 잡으면서, 실패 경험을 가진 창업자들이 오히려 투자자에게 가산점을 받는 경향이 생겼다. 실패를 리스크로만 보지 않고 학습과 재도전의 자산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혁신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런 심리적·사회적 요소가 자본과 제도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면 외국 자본 유치와 고부가가치 수출이 강화되고, 결과적으로 높은 1인당 GDP와 안정적인 성장률로 이어진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는 R&D 투자, 하이테크 성장 추세, 군대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같은 관찰 지표를 지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스라엘 모델에서 벤치마킹할 요소와 함께 지정학적 파급을 주의 깊게 따져야 할 지점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