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움직임을 보면서 가장 분명하게 느낀 점은, 이 지역 통제력이 단순한 군사력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초안에서 지적했듯이 이란은 통과 권한을 외교 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행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해협을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강경 조치보다, 우호국에게는 길을 열고 비우호국에는 제약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런 접근법의 배경에는 군사적 비용과 외교적 유연성 사이의 균형이 있다. 전면 봉쇄는 즉각적인 충돌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반면 외교 관계에 따른 선별적 통제는 특정 국가들을 우대하고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해협 통과 가능성이 외교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이란이 법제화 형태로 봉쇄 권한을 분명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군사적 봉쇄를 상시화하기보다는 통과 가능 국가와 불가능 국가를 규정해두는 방식은, 국제사회와의 마찰을 관리하면서도 전략적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제도적 장치는 외교적 협상에서 카드로 쓰일 수 있고, 에너지 수송 경로를 둘러싼 협상력으로 작동할 여지가 크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 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는 간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국가는 직접적인 갈등 당사자는 아닐지라도, 원유와 관련된 수송 불안정성이나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환율과 수급에 영향을 주면서 경제적 취약성이 드러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에너지 수입 구조와 글로벌 공급망 연결성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성 변화가 환율 변동성 확대, 원자재 수급 차질, 관련 산업의 실적 악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군사적 대응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점을 시사한다. 외교 채널을 통해 관계를 안정화하고, 다자적 협력 속에서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동시에 미국의 중동 정책 변화,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 같은 외부 변수들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들 요소가 결합되어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행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당장의 충돌 가능성보다는 이란의 전략이 얼마나 정교하게 외교적 수단과 제도적 장치를 결합하고 있는지를 주목하게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적 시장 반응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외교적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다. 향후 관찰 포인트는 이란의 군사 행동 변화, 한·이란 외교 관계의 진전 여부, 그리고 글로벌 주요국들의 중동 정책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