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대규모 신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중국 건설사와의 계약을 끝내고 한국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비전 2030이라는 대규모 재정 계획 아래 약 1조 2천억 달러, 국내 환산으로는 약 1600조원 규모의 사업들이 얽혀 있다 보니 파트너 선택이 사업 성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핵심 변수는 품질과 신뢰성 차이였다.
중국 건설사들은 일부 프로젝트에서 요구되는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사우디 측의 신뢰를 잃었다고 알려졌다. 품질 문제가 반복되면 후속 공정과 유지보수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도시 인프라의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사우디가 재계약이나 신규 발주에서 중국 업체를 배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 배경은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한국 건설사들은 기술적 완성도와 현장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한화 건설 등은 이라크 전쟁 상황에서도 프로젝트를 완수하며 현장 대응력과 계약 이행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경험이 사우디 같은 대형 발주처에겐 중요한 신뢰 신호로 작용했고, 스마트 주택 등 혁신적 건설 방식으로 요구사항을 맞춰줄 수 있다는 점도 호감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우디 측의 움직임은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비전 2030 발표 후 대형 계약들이 체결됐고, 이후 일부 중국 건설사들이 품질 문제로 축출되는 사례가 나왔다. 최근에는 협력 강화를 위해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접촉을 강화했다는 흐름도 포착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파트너의 신뢰성과 장기 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변화로 보인다.
한국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변화는 몇 가지 채널을 통해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대규모 해외 수주가 늘면 원화에는 강세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익 증가가 코스피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 붐은 철강, 시멘트, 건설 IT 등 연관 산업으로의 수혜로 이어지기 쉬워 관련 섹터 전반에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물론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해외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또 중국 건설사의 재진입이나 경쟁 심화도 주의할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 관찰해야 할 지점은 사우디의 추가 발주 흐름,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익성 변화, 그리고 중국 측의 대응 여부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변화가 단순한 수주 이전을 넘어 ‘신뢰 기반의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