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인공태양 K스타가 48초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선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핵융합 기술의 진전은 에너지원의 본질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성과가 어떤 방향으로 연결될지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융합의 매력은 원료의 풍부함에 있다. 주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 널리 존재하므로 자원 부족으로 인한 제약이 적다. 자원의 한계에서 벗어나면 에너지 경쟁은 단순한 원료 확보 싸움에서 기술력과 인프라 경쟁으로 바뀐다. 그런 점에서 핵융합은 에너지를 둘러싼 권력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강점은 정밀 제조 인프라다. 조선, 원자력, 반도체 분야에서 축적한 정교한 생산 능력과 현장 경험은 핵융합 장치의 설계·제작·운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핵융합 장비는 극한의 조건에서 작동하는 복합 부품과 정밀 제어가 요구되므로, 이런 제조 역량은 기술 상용화 시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에너지 공급 방식이 바뀌면 경제적 파급도 크다. 에너지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에도 긍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환율 측면에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줄어들면 대외 충격에 대한 노출이 완화돼 통화 안정성에 기여할 여지도 있다. 코스피 같은 국내 자본시장에도 중장기적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은 적지 않다. 핵융합 상용화 과정에서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의 공급망이 흔들리거나, 중성자 방사선 등에 대응할 신소재 개발이 지연되면 상용화 일정이 밀릴 수 있다. 또한 극한 환경을 다루는 원격 로봇 기술과 같은 주변 기술의 진전도 중요하다. 기술 자체의 물리적·공학적 난제가 남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주목할 만한 관찰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삼중수소 자가 생성 기술의 진전 여부, 중성자 방사선 대응 신소재 개발 상황, 그리고 원격 로봇과 정밀 제조 장비의 상용화 속도는 핵융합 실용화의 속도와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들 요소가 함께 맞물려야 실제로 에너지 시장의 구조 변화가 가능해진다.
K스타의 48초 기록은 시작점이다. 기록 자체는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지만, 이를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려면 시간과 추가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제조 역량이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라고 보면서도, 다각도의 리스크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