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 자리하던 공간들이 예전만큼 활기를 못 찾는 풍경을 보면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매장이 줄어들고, 브랜드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걸 보면 단순한 업황 부진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대료와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백화점의 수익 구조가 임대업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얘기가 계속 신경에 걸린다.
백화점 본업이 사실상 임대업에 가깝다는 말이 와닿는다. 입점 브랜드들로부터 받는 임대료와 수수료가 수익의 큰 축이라는 점, 직접 판매보다 임대업에서 더 높은 이익률을 올리는 구조라는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그런 구조는 발길이 줄어들 때 아주 빠르게 취약해진다. 온라인 거래액이 10년 사이 여섯 배쯤 늘었고, 백화점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임대료 폭탄과 매출 정체가 동시에 오면 체감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지 감이 온다.
재무 구조도 마음이 편치 않다. 주요 백화점들의 부채 비율이 70%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가 있고, 부채가 쌓이면 매달 나가는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동 인구와 높은 구매력,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규모가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대형 백화점이 50여 개 있는데, 지금 흐름대로라면 10년 후 20개 안팎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공감이 간다.
환율의 변동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계속 맴돈다. 백화점 매출에서 외국 브랜드의 역할이 크고, 환율이 달라지면 입점 전략이나 소비자 구매 패턴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는 관찰이 있다. 코스피와 관련 기업의 주가 측면에서도, 재무 구조가 흔들리는 곳들은 투자심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 전반으로 보면 오프라인 유통의 축소는 새로운 유통 모델의 필요성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고용과 세대 구조의 변화도 함께 얽혀 있다. 매장이 줄고 상권이 축소되면 지역 일자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세대별 소비 성향이 다른 상황에서 젊은층의 온라인 선호가 오프라인 수요를 더 약화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반대로 명품이나 프리미엄 서비스 비중을 키우는 전략으로 살아남으려는 시도도 눈에 띄는데, 그런 변화가 실제로 얼마나 넓은 리테일 생태계를 바꿀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방 백화점의 폐점과 상권 축소, 임대료와 고정비 부담, 브랜드 이탈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움직이는 풍경을 보며, 이 변화가 도시의 공간 구성이나 소비 문화까지 서서히 바꿔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형태로 남을지, 어떤 공간들이 대체할지는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단서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