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쟁 국면에서 빅테크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는 흐름을 관찰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며 빅테크 주가가 약해졌고, 그 과정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쌓였던 것이 사실이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기술 진입 장벽의 약화,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의 카니발리제이션, 내부자들의 대규모 매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14개월 동안 내부자들이 팔아치운 주식 규모가 160억 달러, 즉 약 23조원에 달한 점은 투자 심리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점이 명확하다.
그럼에도 전쟁은 한편으로 기술의 효용을 실전에서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보 수집과 타격 목표 설정 등에서 AI가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장면이 늘면서, 군사 분야에서의 AI 수요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군사 AI 시장은 현재 약 93억 달러 규모이고 연평균 성장률은 13% 수준이다. 이런 수요 증가는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실질적 가치 평가로 이어지며, 빅테크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이 다시 관심을 끄는 배경이 됐다.
시장 평가 측면에서도 여전히 빅테크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엔비디아의 PER은 현재 약 36배로, 지난 10년 평균 PER 54배에 비해 약 33% 하락한 수치다. 이런 상대적 하락은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성에 대해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과거를 보면 위기 뒤 강한 반등이 나타난 사례도 있는데, 걸프전 이후 나스닥이 약 57% 상승한 점은 기억해둘 만하다. 역사적 사례가 그대로 반복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위기가 새로운 수요와 기술 검증을 불러와 반등의 모멘텀을 제공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도 몇 가지 경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전쟁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환율을 움직여 수출 기업의 경쟁력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빅테크의 약세가 한국 코스피에 전이되면 기술 투자에 대한 신뢰가 위축될 우려가 있고, 반대로 방산·기술 관련 업종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쟁의 장기화가 불러올 시장 불안정성은 상존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관심 있게 지켜볼 지점은 명확하다. 군사적 활용을 포함한 AI 기술의 확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자본 배분 변화, 전쟁 상황의 진전, 국제 유가 흐름, 그리고 한국 시장의 반응이 핵심 변수다. 이 요인들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기술주의 밸류에이션과 투자심리가 달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흐름을 단순한 감정의 전환으로 보기보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기술의 실제 활용도를 드러내고 수요 구조를 바꾸는 계기였다고 정리하고 싶다. 다만 각종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므로, 숫자와 사건의 연쇄를 차분히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