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쟁의 중심은 군사 아닌 공급망일까?

요즘 드는 생각은, 21세기 경제 전쟁에서 진짜 힘의 원천은 전통적 무력 자체보다 ‘흐름을 멈출 수 있는 지점’을 쥐고 있는 쪽이라는 점이다. 현대 자본주의와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는 물자의 이동을 제약하는 병목 구간을 통제하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대규모 병력 투입이 곧바로 권력의 전부를 의미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관찰이다.

하르그 섬 이야기는 그런 맥락에서 흥미롭다. 이 섬을 통해 수출되는 원유는 해당 국가 연간 국내총생산의 10%를 넘는다고 전해진다. 더구나 통로로서의 중요성은 비율로도 드러난다(90%, 80%라는 수치가 함께 거론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섬 하나의 통제만으로도 해당 산유국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서방의 금융 시스템이 실제로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탓에 다국적 유조선들이 섬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면서, 물류 면에서의 제약이 현실화됐다. 여기에 수출 축소로 연결되면 누적되는 경제적 손실은 수치로도 확인되는데, 예컨대 3천만 배럴 단위의 영향을 언급하는 분석들이 있다. 금융과 물류가 결합하면 군사적 긴장만큼이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 결과로 나온 또 하나의 변화는 중동 국가들의 외교·군사적 선택지 확대다. 한편으로는 보안·안보 역량을 보완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가성비 높은 체계를 제공하면서 계약을 따내고,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에 몇조원대의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4조원, 4조 2억 원 등의 금액이 거론된다). 이런 흐름은 한국 방산 산업에 새로운 수출 기회를 만들어 준다.

물론 기회 뒤에는 위험도 함께 놓여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원유 가격 급등과 같은 실물 충격을 통해 한국의 환율과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원유 가격 상승은 수입 비용을 높여 환율, 기업 수익성, 나아가 코스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방산 수출 확대라는 기회를 살리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과 원자재 가격 리스크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안을 통해 보이는 건 힘의 실체가 더 분산됐다는 점이다. 전통적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공급망과 금융 네트워크 같은 보이지 않는 지점들이 실질적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러한 비가시적 요소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의 또 다른 잣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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