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맨초 이후, 멕시코 카르텔은 더 위험해졌나?

엘맨초의 죽음이 카르텔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다. 기대와 달리, 그의 사망 직후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Jalisco New Generation)은 13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인 보복 타격을 감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오히려 폭력의 강도가 높아졌다. 조직의 수장을 제거하면 중심이 흔들리고 조직이 와해될 것이라는 전통적 관점이 현실과 어긋날 수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범죄 조직 내부의 권력투쟁으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과 멕시코의 범죄 단속 전략에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 조직의 수장을 목표로 삼는 방식은 개별 리더를 제거하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조직의 분화와 복수적 파생 세력의 출현을 촉발해 오히려 폭력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펜타닐 같은 합성물질의 역할이다. 펜타닐은 단 2g으로도 사람의 신경계를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며, 생산 방식이 첨단 화학 공업 쪽으로 진화하면서 카르텔의 수익 구조와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런 물질은 소량으로도 큰 이익을 낼 수 있어 조직의 자금력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자금과 원료의 조달도 더 이상 지역적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화학 공장에서 원료가 공급되고, 아시아의 금융 네트워크가 자금 세탁을 돕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구조가 분명히 드러난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이동한 검은 돈이 약 43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제시되면서, 이들의 경제적 규모와 국제적 연결고리가 얼마나 큰지 가늠하게 된다.

이런 흐름은 한국 시장에도 적잖은 함의를 남긴다. 우선 환율과 같은 금융 변수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 글로벌 범죄 네트워크의 불안정성이 국제 자금 흐름과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면, 원·달러 등 주요 통화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코스피와 기업 활동 측면에서도 고려할 점이 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공급망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경우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특히 화학 및 제약 산업과 연관이 생기면 규제 강화와 사회적 반발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항만 인프라가 범죄 네트워크의 경유지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리스크로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몇 가지를 계속 주시하려 한다. 카르텔의 폭력 사태가 한국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중국 화학 업체들의 동향과 미국의 범죄 단속 정책 변화가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다. 동시에 국내에서의 범죄 조직 동향도 관심을 두고 볼 필요가 있다.

결국 눈앞의 사건들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엘맨초 이후의 상황은 지하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로 인해 국제사회와 개별 국가들이 새로운 형태의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일러준다. 당분간은 관련 동향을 폭넓게 관찰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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