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치 경제의 흐름을 보면, 군수·방위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활을 염두에 둔 정책 전환이 뚜렷해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총선에서 예상보다 큰 성과를 거두며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했고, 그 배경에는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정부 주도의 자원 배분과 투자 우선순위 설정으로 연결되고 있다.
사나이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새 정책 패키지는 아베노믹스와는 결이 다르다. 통화완화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재정을 동원해 정부가 직접 산업을 골라 키우는 방식에 방점을 찍는다. 이런 전환은 일본이 ‘과잉 저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전략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가 17개 전략 산업을 선정하고 투자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군수·방위 산업을 국가적 핵심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시도는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다카이치의 정책 의지는 이 산업을 단순한 국방 차원을 넘어 경제 재편의 한 축으로 끌어들이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변화가 한국 시장에 주는 파급은 여러 채널을 통해 나타날 수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변화는 엔화와 원화 간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수출 경쟁력과 주가에 파급된다. 또한 일본의 방산 부문 강화는 한국 방산 업계에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한편으론 기술과 생산능력 경쟁을 자극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일본의 군수 산업 부활은 협력과 분업의 창구를 만들 수 있고, 특정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에 수주나 협력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의 재정 확장과 장기적인 금융·구조 변화는 지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주목할 지점은 분명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구체적 정책 행보, 일본 내 실질임금의 움직임, 그리고 한·일 간 산업경쟁력의 변화다. 더불어 지정된 17개 전략 산업에 대한 실제 투자 집행과 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변화가 단기간의 쇼크를 넘어서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 혹은 정책 선언에 그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의 선택은 한국 기업과 시장에도 직간접적인 파장을 줄 테고, 그 흐름을 좇아 기회를 찾을지 리스크를 관리할지 준비하는 것이 앞으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