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경제를 보면 재정적자와 함께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른 모습이 눈에 띈다. 부동산과 주가가 상승하면서 자산 보유자에게는 이득이 됐지만, 물가 상승으로 실질적 체감은 달라졌다. 자산이 없는 계층은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특히 주거비와 관련된 부담은 청년층 쪽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내세운 이른바 사나이노믹스가 주목받는다. 기본적인 철학은 아베노믹스와 닮았지만, 중요한 차이는 시점의 경제 환경이다.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했지만, 지금 일본은 이미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어 같은 처방이 같은 효과를 내리라는 보장은 없다.
엔화 약세의 지속은 일본 내 물가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수입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지는 반면, 수출업체 등 일부는 환율 덕을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소득과 자산 분포 측면에서 불균형이 더 심해질 여지가 크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측의 압박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에 금리 인상을 요구한 배경에는 엔화 약세가 글로벌 금융 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면이 있다. 일본의 정책 금리 변화는 글로벌 자본 흐름과 금리 수준에 파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한국 시장 관점에서 보면 엔화 약세는 환율과 주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복합적 영향을 준다. 먼저 환율 측면에서는 엔화 변동성이 커지면 원·엔·달러 간의 상호 작용이 복잡해져 원화 환율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 실적과 투자 심리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코스피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산업별로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일본 경제 회복이 수출 수요로 이어진다면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되지만, 반대로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 수출에 불리해질 수 있다. 결국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이 갈릴 가능성이 크고, 업종 간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다.
앞으로 주목할 지점은 분명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방향과 그 실효성, 일본의 물가 흐름,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리 추세다. 이들 변수의 상호작용이 엔화와 일본 경제의 향배를 결정하고,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단기적 이벤트에 흔들리기보다는 위의 변수들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차분히 보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의 정책 발표나 환율 급등에 과민 반응하기보다, 구조적 변화와 그 여파가 한국 경제에 어떤 경로로 전달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