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산업의 쌀이라는 표현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 시대다. 건설·조선·자동차 등 여러 산업의 기초 원자재라는 점에서 철강 시장의 변화는 곧 산업 전반의 파동으로 이어진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한국 철강업이 단순한 업황 악화 수준을 넘어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중국의 과잉 생산이다. 중국은 2020년 연간 약 10억 톤의 철강을 생산했는데, 글로벌 수요 둔화와 일부 건설 시장의 침체가 맞물리며 잉여 물량이 발생했다. 그 결과 저가 물량이 글로벌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수출 환경은 환율 변동성과 맞물려 수익성 악화를 더 키울 수 있다.
여기에 유럽의 규제 변화가 또 다른 부담을 만든다. 유럽연합이 2023년부터 시행한 탄소 국경 조정 제도는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구조다.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 수출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친환경 공정으로의 전환 압박만 커진다. 이는 단순한 규제 리스크가 아니라 시장 접근성 전반을 좌우하는 요소다.
그렇다면 대응책은 무엇일까. 국내에서는 수소환원 제철 같은 기술 전환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방식은 기존의 탄소 집약적 공정을 대체해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유럽 규제에 맞서는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다만 기술 상용화까지의 속도와 비용, 기존 설비와의 연계 문제 등 현실적 과제도 남아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포스코 등 주요 업체들이 수소환원 제철 개발에 나서며 새로운 경쟁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친환경 철강 시장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상용화가 지연되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유럽 규제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마진 축소가 불가피하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철강 업황의 부진이 코스피와 연관 산업에 파급될 소지가 있다. 철강업의 어려움은 자동차·가전 등 downstream 산업의 원가 구조와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나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는 환율 추이, 중국의 생산 동향, 유럽 규제 변화, 수소환원 기술의 상용화 진행 상황 등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 철강업의 향방은 외부 충격을 어떻게 내부 혁신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렸다. 당장의 가격 경쟁력 악화는 현실이지만, 기술 전환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리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단기적 충격과 중장기적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기로 보고, 관련 동향을 꾸준히 관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