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의 문제는 한순간의 실수라기보다 긴 기간에 걸친 누적의 결과로 보인다. 30년 동안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으면서 기술이 끊겨버렸고, 그 사이 설계·시공·관리 역량의 연속성이 깨진 점이 결정적이었다. 보글(Bellefonte) 원전 프로젝트에서는 관리 실패가 비용과 시간으로 드러났고, 예산은 140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불어났으며 완공 지연은 회사 전반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줬다.
그 결과로 웨스팅하우스는 막대한 손실과 함께 법적·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됐고, 이는 기업 운영의 불안정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바의 인수 역시 문제 해결로 연결되지 못하고 실패로 귀결되면서, 기존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됐다. 단순한 사업 실패를 넘어 기술적 연속성의 상실이 장기적 경쟁력 약화로 연결된 셈이다.
반면 한국은 비교적 다른 길을 걸었다. 50년 동안 원전 건설을 끊지 않으면서 설계와 시공, 운영에서의 노하우를 축적했고, 그 성과는 UAE 바라카 프로젝트에서 뚜렷하게 확인됐다.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기를 완공한 경험은 단순한 수주 실적을 넘어 ‘납기와 품질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의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체코 원전 입찰 과정에서도 이러한 역량이 작용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법적 갈등이 해소되면서 한국 측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체코 정부는 가격 경쟁력과 납기 준수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계약은 규모 면에서도 의미가 큰데, 사업 전체 규모가 26조원에 달하고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설치·운영 관련 추가 서비스는 약 2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한 건의 수주를 넘어서 시장 구조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전 수출은 외화 유입을 통해 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코스피 등 증시에도 파급될 수 있다. 더불어 원전 건설과 유지보수에 따른 산업 전반의 고용 창출과 연관 산업 성장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물론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의 규제, 경쟁 심화, 기술 표준과 안전 규정의 변화 등 진입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앞으로 주목할 점은 체코 프로젝트의 실제 진행 상황과 한국 원전 기술에 대한 국제적 수요의 변화다.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 변화와 글로벌 에너지 수요 추이 또한 향후 경쟁력 유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례가 기술의 연속성, 현장 관리 능력, 그리고 법적·계약적 대응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본다. 한국이 단기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 자립과 국제 표준 준수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때, 보다 안정적인 수주와 장기적 시장 지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