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업계의 지형 변화가 꽤 선명하게 보인다. 중국의 SMIC가 5나노 파일럿 라인 가동을 발표했지만, 공개된 수율은 15%에 머문다. 장비 제약으로 DUV를 사용하게 된 점이 수율 저하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이는 고급 공정의 민감도를 고려하면 이해가 간다.
삼성과 파운드리 경쟁자의 상황은 다른 양상이다. 삼성의 파운드리 가동률은 한때 30%대에 그치다가 최근 60%대로 올라섰다. 자체 칩(엑시노스)의 양산 과정에서 개선된 수율을 확인한 점이 가동률 회복에 힘을 실어 준 모양새다. 이런 회복세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삼성의 수직 통합 접근이다. HBM의 베이스 다이를 삼성 파운드리 라인에서 직접 설계·생산하고, 원팩토리 전략으로 칩 설계부터 패키지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공급망 안에서 설계·생산·패키징을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는 대안이 생기는 셈이다.
한국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삼성의 성과는 환율과 코스피, 관련 산업군에 파급효과를 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종의 신뢰도 개선은 외환 시장의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코스피에서는 반도체 관련 주의 흐름을 견인할 수 있다. 또 HBM·장비 제조업체 등 공급망 전반에는 긍정적인 수요 신호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물론 리스크도 남는다. 중국의 기술 발전 가능성은 계속 주시해야 할 변수다. SMIC의 수율이 현재는 낮지만, 향후 개선 여부에 따라 경쟁 구도는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삼성의 수율이 70%를 돌파할지, SMIC의 수율이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삼성의 분기별 가동률이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지가 관찰 포인트로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의 수직 통합과 가동률 회복이 단기적 성과를 넘어서 중장기 경쟁력의 전환점이 될지 여부가 흥미롭다. 기술·공정의 세부 수치 하나하나가 시장 신뢰로 연결되는 구조라, 앞으로 나올 분기 실적과 수율 공개 자료들이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