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AI 인프라 이야기가 나오면서 원전 이야기가 함께 따라오는데, 그 결합이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낼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아서다. 전력 수요가 단순한 계절적 변동을 넘어서 구조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만, 그 변화를 받아낼 그리드가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미국의 전체 전기 수요가 2000년 이후 9% 늘었고, 2023년을 기점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숫자는 그런 불안감을 더 키운다. AI 모델을 돌리는 데이터센터들이 요구하는 전력량은 기존 소비 패턴과는 다른 성격이다 보니 오래된 그리드망과의 불협화음이 생기기 쉬워 보인다. 그래서 소형 모듈러 원전, SMR이 대안으로 주목받는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SMR은 공장에서 찍어내 면서 데이터센터 인근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 손실과 공급 효율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 SMR이 6~7년 안에 대거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꽤 자주 언급된다.
이런 변화는 우리 시장에도 여러 결을 남긴다. 원전 관련 기업들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얻는다면 환율 쪽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AI와 원전이 결합하는 흐름은 관련 업종의 주가 움직임을 자극할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고용 측면을 보면 필요한 기술과 인력의 성격이 달라질 텐데, 세대 구조와 노동공급의 한계가 맞물리면 현장 수요를 채우는 게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산업의 흐름 자체가 방산과 원전, AI 같은 전통 분야와 첨단 기술의 교집합으로 옮겨가는 느낌인데, 그 과정에서 공급망과 인력 배치가 어떻게 재편될지가 관건처럼 보인다.
미중 간의 경쟁 구도도 이 얘기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기술과 안보가 얽히면서 방산과 원전 같은 산업이 새로운 성장 포인트로 보이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공급망 차질의 위험도 키운다. 전력 그리드의 노후화 문제, SMR 상용화의 실제 진전 속도, AI 인프라 수요의 지속성, 미중 간 경제적 갈등, 그리고 정부의 정책 방향성 같은 변수들이 여기저기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흐름을 보면서 한동안은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 어떤 기업과 기술이 어디에서 수요를 흡수하고, 세대 구조와 노동시장이 그 변화를 어떻게 소화할지, 환율과 자본시장 반응은 또 어떨지—이런 점들이 맞물려 가는 양상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이 변화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냥 지켜보는 마음으로 계속 생각을 접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