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그림자를 쫓는 어리석은 왕

옛날 옛적, 푸른 산과 맑은 강으로 둘러싸인 풍요로운 왕국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이는 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금은 보화가 산더미 같았고, 신하들은 그의 명에 절대복종했으며, 백성들은 그를 숭배했습니다. 하지만 왕은 늘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자신의 궁전 가장 높은 탑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황금빛 노을이 마치 자신이 갈망하는 궁극적인 무언가처럼 느껴졌습니다. ‘저것이야! 저것을 얻으면 내 마음의 빈자리가 채워질 것이다.’ 왕은 즉시 신하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저 황금빛 노을을 잡아오라! 그것이 무엇이든 내게 가져오라!’

신하들은 왕의 명을 받들어 온갖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가장 빠른 말을 타고 산을 넘고, 가장 깊은 계곡을 헤치며 노을을 쫓았습니다. 하지만 노을은 언제나 그들보다 한 발 앞서 달아났고, 그들이 도착하는 곳에는 노을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는 거대한 그물을 만들어 노을을 잡으려 했으나 허공만 가르고 말았습니다. 또 어떤 이는 황금으로 만든 덫을 놓았지만, 덫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신하들은 지치고 절망했습니다. 노을은 잡을 수 없는 환영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왕의 분노를 두려워 감히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왕은 신하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더욱 조바심을 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늙은 현자를 궁궐로 불렀습니다. 현자는 왕 앞에 무릎 꿇고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폐하, 폐하께서 잡으려 하시는 것은 노을이 아니라 폐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잡히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입니다.’

왕은 현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눈앞에 보이는 황금빛 노을을 갈망했습니다. 그는 현자를 내쫓고 다시 한번 노을을 쫓으라 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을이 더욱 희미해졌고, 왕의 마음속 공허함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마침내 왕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탑에 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그의 발밑에서 작은 들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꽃은 황금빛은 아니었지만, 은은한 향기와 아름다운 빛깔로 왕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것이 바로 이 순간의 평화와 작은 아름다움이었음을.

그때, 슬라보예 지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의 삶도 이 왕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성공, 명예, 돈, 사랑 등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좇습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느끼는 불안감, 번아웃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조급함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잊어버립니다. 마치 왕이 황금빛 노을을 좇듯,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소중한 순간들과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잡을 수 없는 이상향만을 꿈꿉니다. 하지만 지젝의 말처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기쁨, 따뜻한 관계, 혹은 잠시 숨을 고르는 여유일 수 있습니다. 왕이 들꽃에서 평화를 찾았듯, 우리도 멈춰 서서 우리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바라보며 진정한 욕망의 그림자를 걷어낼 때, 비로소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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