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2차전지 산업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한 움직임이 확연하다. 프로젝트 볼트(Project Volt)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리튬·코발트·니켈 등 핵심 광물을 전략 비축하기로 한 점은 단순한 산업 지원을 넘어,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같은 결정은 글로벌 자본과 무역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며, K-배터리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 내 정치적 변화와 법적 절차들도 업계 환경을 흔들었다. 2025년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섹터 전반에 걸쳐 불안감이 퍼졌고, 이후 2026년 1월 시애틀 연방법원이 예산 집행 중단 조치에 대해 행정 절차법 위반 판결을 내리면서 정책 집행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기도 했다. 정책의 속도와 방향이 오르내리는 사이, 기업과 투자자는 리스크를 재조정하고 있다.
한편 북미 전기차 시장은 정치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동안 미국의 신규 공공급속 충전 포트 설치량이 전년 대비 30% 늘어난 사실은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충전 인프라 확충은 전기차 보급을 뒷받침하고, 결국 배터리 수요의 안정적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맞춰 내부 체력을 다져왔다. 북미 지역 공장들의 수율이 지난 2년 동안 70%에서 80%로 안정화된 점은 생산성 개선과 현지화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율 개선은 원가 구조와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주므로, 대형 수주나 장기 계약을 따낼 때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경로도 몇 가지로 정리된다. 미국의 리튬 비축 전략은 한국의 2차전지 수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 변동과 맞물려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의무화 가능성은 코스피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리스크도 남아 있다. 정치적 불안정성은 여전히 변수이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충격은 예측하기 어렵다. 지켜볼 점은 미국의 추가 정책 변화, 한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현황, 전기차 판매량 추이, 원자재 가격 동향, 그리고 ESS 시장의 성장세다. 이러한 요소들의 흐름에 따라 K-배터리의 위상과 기업 실적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