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서 열린 이란과 미국 간 회의는 협상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결렬 우려도 남긴 채로 끝났다. 다음 주 비엔나에서 기술적 사안들을 중심으로 다시 만나기로 결정되었는데, 이런 일정 자체가 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동시에 불안 요소를 드러내기도 한다. 외교 일정이 빠르게 설정되는 것은 대화 의지가 있다는 신호지만, 합의 내용이 미흡하면 언제든 긴장이 재점화될 수 있어 안도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흐름을 보면 군사적 행동 대신 경제적 협력이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란은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여서, 무력 충돌보다 석유·가스 협력이 양쪽에 더 많은 실익을 제공한다는 관점이 힘을 얻는다. 다만 이런 이익 계산이 실제 협상으로 이어지려면 제시되는 조건들 사이에서 양측의 수용 가능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는 딜의 조건을 더 엄격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내부적 압박이 존재하는 듯하다. 오바마 행정부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협상 태도를 보수적으로 만들고, 이로 인해 협상 테이블에서의 유연성이 제한되는 모양새다. 이런 태도는 합의를 어렵게 만들면서도, 반대로 협상이 진전될 경우 더 큰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려는 계산이기도 하다.
한편 이란 내부의 경제 상황은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화 불안정성이 지속되며 이란 환율이 160만 리알 수준으로 오른 점이 대표적이다. 환율과 생활물가의 압박은 협상 여건에서 이란 측의 협상 동기를 강화하거나, 반대로 내부 정치적 제약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어 결과 예측을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 시장 관점에서는 몇 가지 경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란의 불안정성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면 원·달러 환율에도 파급될 수 있다. 둘째,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투자 심리가 위축되어 코스피에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반대로 이란과의 경제 협력이 실제로 확대되면 석유·가스 관련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이는 불확실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지켜볼 점들은 분명하다. 미국과 이란 간 추가 협상 결과가 나오면 시장의 방향성이 빠르게 바뀔 수 있고, 이란의 경제 회복 여부는 협상력을 좌우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 내 정치적 판단이나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 한국의 에너지 수입 경로 변화 등도 상황을 흔들 수 있는 변수들이다. 당분간은 협상 진전 소식과 더불어 군사적 긴장 신호까지 함께 보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