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날, 심겨진 사과나무

옛날 옛적, 작은 산골 마을에 오랜 세월을 살아온 현명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의 집 앞에는 잘 가꾸어진 텃밭과 몇 그루의 과실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그는 유난히 사과나무를 아꼈습니다. 노인은 매일 아침 해가 뜨면 텃밭으로 나가 흙을 일구고, 나무에 물을 주고, 정성껏 가지를 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노인을 보며 ‘늙은이가 무슨 농사를 그리 열심히 짓나, 곧 땅에 묻힐 텐데.’ 하고 수군거리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마을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탁이라며, ‘내일이면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니, 모두들 죄를 뉘우치고 마지막 날을 준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저마다 기도하고, 울부짖으며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어떤 이는 평생 쌓아온 재산을 나눠주었고, 어떤 이는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이른 아침 텃밭으로 나갔습니다. 그의 손에는 삽과 작은 사과나무 묘목이 들려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경악하며 노인에게 달려갔습니다. ‘노인장, 지금이 어떤 때인지 모르시오? 내일이면 세상이 끝장인데, 어찌 그 귀한 묘목을 심고 계신단 말이오!’

노인은 묵묵히 삽으로 땅을 파다가 고개를 들어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 대신 잔잔한 평화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내일 세상이 끝난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나는 오늘, 이 땅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멸망을 앞두고 왜 쓸모없는 일을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노인은 다시 삽질을 계속하며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이 나무가 열매를 맺을지, 아니면 씨앗조차 거두지 못하고 땅에 묻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는 이 순간, 나는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이니까.’

**스피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그의 말은 마치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진실을 일깨우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일의 불안함에 사로잡혀 오늘 해야 할 일을 망각하곤 합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가 삐걱거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더라도, 성공과 돈에 대한 조급함에 쫓겨 번아웃을 겪더라도,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하더라도,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바라보며 ‘과정’의 소중함을 잊습니다.

하지만 노인의 사과나무처럼, 우리의 오늘이라는 순간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닙니다. 내일의 불확실성에 휩싸여 절망하기보다, 오늘 내가 심을 수 있는 작은 씨앗, 오늘 내가 맺을 수 있는 작은 열매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무게를 견디고 희망을 싹 틔우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설령 그 노력이 헛될지라도, 오늘 하루 나의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심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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