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푸른 산자락 아래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에는 늘 성실하게 일하는 농부와, 밤낮으로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이 살고 있었지요. 농부는 묵묵히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며 계절의 흐름에 순응했습니다. 그의 삶은 단순했지만, 땅의 기운과 하늘의 뜻을 헤아리며 소박한 만족을 누렸습니다. 반면 파수꾼은 늘 높은 망루에 올라 멀리 경계를 살폈습니다. 그의 임무는 오직 하나, 혹시라도 다가올 위험을 미리 알아차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마을 근처 숲에서 낯선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희미한 불꽃처럼, 곧이어 귓가에 맴도는 속삭임처럼, 그것은 서서히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좀먹어 들어갔습니다. 그것은 물리적인 위협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남들도 다 하니까’, ‘괜히 나섰다가 좋을 것 없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나태함과 무관심의 그림자였습니다.
농부도, 파수꾼도 그 낯선 기운을 느꼈지만, 이전과는 달리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농부는 ‘오늘은 날이 좋으니 밭일을 더 해야지’, 파수꾼은 ‘저녁은 뭘 먹을까’ 하고 자신의 일상에만 몰두했습니다. 숲의 기운이 더욱 짙어져 마을 곳곳에 스며들었을 때에도, 누구 하나 ‘이것이 무엇인가’,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하고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익숙한 풍경처럼, 혹은 어쩔 수 없는 흐름처럼 받아들일 뿐이었습니다. 숲의 기운은 점차 짙어져 마을의 햇빛마저 가릴 듯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지만, 이전보다 더 불안해했습니다. 서로를 의심하고, 작은 불씨에도 크게 다투었으며, 마음 한구석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더욱더 물질적인 것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공허함은 더욱 깊어졌고, 어둠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마을은 점차 활기를 잃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 대신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아무도 직접적인 악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질문하지 않음으로써, 모두가 그 어둠의 확산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마을의 가장 늙은 노인이 문득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별을 보았습니다. 캄캄한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 그 별들이 내뿜는 은은하지만 분명한 빛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 어둠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들 안에서, 생각하지 않는 마음속에서 자라난 것이라는 것을. 그는 곧바로 망루로 달려가 파수꾼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이 어둠을 보시오! 우리가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만들어낸 어둠입니다!’
그제야 파수꾼은 망루에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노인의 말처럼, 자신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 질문과 함께, 밤하늘의 작은 별처럼, 생각의 작은 빛들이 마을 곳곳에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빛은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인도하는 등대가 되어주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악의 평범성, 생각하지 않는 것이 곧 악이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이 이야기의 마을과 닮아 있습니다.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성공과 돈에 대한 조급함에 휩쓸려 자신의 가치관을 잃어버리고, 타인과의 비교 속에 자신을 깎아내립니다. 번아웃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무기력하게 휩쓸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분명 악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별일 아니겠지’라는 안일함으로,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현실의 어둠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노인의 깨달음처럼, 우리 안의 작은 별, 즉 ‘생각하는 힘’을 일깨워야 할 때입니다. 질문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바로 평범한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우리 자신만의 빛을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 안의 작은 별이 세상을 밝힐 수 있도록, 오늘, 당신의 생각을 멈추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