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략 컨설팅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이 업종이 AI 혁명의 첫 타깃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가장 극명한 신호는 맥킨지가 발표한 5,000명 규모의 감원이다. 단순한 인력 재배치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맥킨지의 대규모 감원은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남긴다. 컨설팅은 그동안 전문 지식과 분석을 사람의 노동으로 제공하는 모델이었는데, 생성형 AI가 보고서 작성과 데이터 해석 일부를 대체하면서 비용 구조와 제공 가치에 변화가 생겼다. 이 변화는 고용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전문직이라 여겨지던 자리들이 불안정해지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뢰의 문제도 함께 부각됐다. 딜로이트가 작성한 보고서에 생성형 AI로 인한 허위 정보가 포함된 사례는 업계 신뢰를 흔들었다. 사건에서는 호주 정부조차 처음에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알려졌는데, 이는 자동화된 도구를 검증하는 절차와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보고서의 권위에 기대던 기업들이 내부 검증 체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팔란티어 같은 기업이 다른 형태의 경쟁 축을 만들고 있다. 팔란티어는 단발성 보고서를 제공하는 대신, 기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분석해 경영진의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지속적 서비스를 내세운다. 기존 컨설팅 펌이 문제 진단과 권고를 중심으로 수익을 얻어온 것과 달리,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실시간 인사이트 제공은 다른 종류의 고객 가치를 생성한다.
한국 시장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채널을 통해 영향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 측면에서는 AI 도입 경쟁이 글로벌 수익성에 영향을 주면 기업의 외화 수입 구조가 흔들릴 수 있고, 이는 원·달러 환율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 코스피는 구조조정 소식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면서 단기적인 변동성을 키울 여지가 있다. 산업·섹터 측면에서는 컨설팅과 전문직 시장의 재편이 예상된다.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기회가 분명히 있고, 반대로 전문직 일자리 감소와 고용 불안정이라는 리스크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은 내부 데이터 역량을 키우고, 외부 컨설팅과의 관계를 재설계하거나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는 식의 대응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지켜볼 지점도 몇 가지 정리해 둔다. AI 기술 발전 속도와 전략 컨설팅 업계의 추가 구조조정, 팔란티어 같은 데이터 중심 기업의 성장세, 그리고 한국 기업들의 AI 도입 현황과 전문직 시장의 반응이 핵심이다. 이 흐름들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향후 몇 년간 업계의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당장의 충격보다도, 업계의 역할과 가치가 점차 재정의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누가 보고서를 쓰느냐보다 어떤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