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저 케이블 시장에서 흥미로운 흐름이 관찰된다. 그동안 유럽 기업들이 장기간 주도해온 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 특히 LS전선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만 프로젝트에서 기록한 ’10전 10승’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기술과 수행능력이 결합된 결과로 읽힌다.
LS전선의 발자취를 보면 시작이 빠르다. 2008년 해저 케이블 공장 건설 선언으로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했고, 그 노력은 시간이 지나 성과로 연결됐다. 2023년에는 네덜란드 전력회사와 2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 진출의 가시적 증거를 남겼다. 이 계약은 단발성 수주를 넘어 유럽 내 입지를 다지는 전환점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요 측면에서도 해저 케이블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2035년까지 20GW 규모의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계획된 점은 관련 케이블 수요의 확대를 예고한다. 발주량이 늘어나면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춘 공급자가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커진다. 이런 환경에서 LS전선의 최근 성과는 시의적절하다고 느껴진다.
미국 진출 계획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LS전선은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하면 공급망 안정성과 수주 경쟁력에 도움될 수 있다. 동시에 현지화는 정치·무역 리스크를 완화하고 주요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이 성과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도 몇 가지로 읽힌다. 해저 케이블 수출 증가가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LS전선과 관련 기업의 주가나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관련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역시 늘어날 여지가 있다.
반면 관찰해야 할 리스크도 존재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기술 경쟁은 항상 변수로 남아 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고, 기술 우위를 유지하려면 지속적 R&D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미국 공장 완공 일정, 유럽에서의 후속 계약 성사 여부, 글로벌 에너지 전환 정책 변화 등은 계속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결국 이번 사례는 단순한 수주 소식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오랜 기간 특정 지역이 장악했던 산업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자리 잡는 과정은 기술 축적, 전략적 투자, 글로벌 공급망 대응이 맞물려야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LS전선의 행보가 향후 한국의 해저 케이블 경쟁력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 본다.